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나를 흔든 시 한 줄

tgreggd 2023. 11. 14. 17:04

나는 20대 이후로 시를 읽지 않았다.시집을 산 지 30년이 넘은 것 같다.이 시집은 지인이 주셨다. 주신 분의 성의를 봐서 시집은 별로 읽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까 하는 마음에 읽었다. 다들 좋은 시다. 내가 아는 시도 조금 있고 모르는 시가 더 많다. 특히 문정희 시인의 시들이 좋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데 방해되는 요인들은 여기에 시를 추천한 이른바 명사들 이다.지난해 말과 올해에 이어진 미투운동과 다른 이유 때문에 이름이 나쁘게 거론된 분들이 꽤 있다.이 책을 출간한 시점에서는 문제가 없었겠지만 올해를 보낸 현재의 독자가 읽기에는 거슬린다. 마음 속 깊은 곳을 자극해야 할 시들이  언론에 오르내린 사람들 때문에 그 빛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깝다.심지어 최영미 시인과 고은 시인의 시들이 나란히 쓰여 있다.이것 무슨 시튜에이션? 하는 생각이 든다.  다 좋은 시지만 그 중에서 현재의 내 마음에 꼭 박힌 시는 정호승 시인의 봄길 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고은, 김창완, 김훈, 이해인, 조재현…우리 시대 명사 55인이 뽑은 내 인생의 시 한 줄고은, 김훈, 이해인, 이외수, 도정일 등 우리 시대의 멘토들이 뽑은 ‘내 인생의 시 한 줄’을 담은 나를 흔든 시 한 줄 이 중앙북스에서 출간됐다. [나를 흔든 시 한 줄]은 2014년부터 중앙일보 오피니언 면에 매주 두 차례씩 연재된 코너다. 고은 시인이 첫 주자로 시작해 사회 각계 인사들이 마음에 새겨둔,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시 한 편과 그 사연을 소개했다. 지금까지 100여 명의 명사들이 뜨거웠던 청춘의 문장들을 선보였으며, 그중에서 천천히 오래 읽고 싶은 55명의 원고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1. 그땐 정말 몰랐었네

다 거둬들이지 말고 조금 남겨두기를
도정일 ? 로버트 프로스트, 「안 거둬들인」

성자가 된 밥풀
이해인 ? 권영상, 「밥풀」

새를 잡으려 걸어놓은 새장을 지우는 일
김창완 ? 자크 프레베르,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말로 ? 최승자,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피다, 지다, 울다, 살다
김훈 ? 김소월, 「산유화」

사람이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문훈숙 ? 정현종, 「방문객」

결코 침묵하지는 말자
정호승 ? 김수영, 「눈」

나는 을이로소이다
권영빈 ? 김장호, 「나는 을乙이다」

우리가 찾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것
박정찬 ? 퍼시 비시 셸리, 「종달새에게」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문정희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잊히지 않을 말, 잊을 수 없는 말
고은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천국편 33곡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다
성석제 ? 정현종, 「견딜 수 없네」

내 전 생애가 담긴 침묵이라오
최영미 ? 사라 티즈데일, 「아말휘의 밤 노래」

어느 길에서 속기俗氣를 벗어날까
손철주 ? 두보, 「관이고청마제산수도」

춤을 춥시다, 둥둥 날아오릅시다
안은미 ? 조지훈, 「승무」

경계에서 피는 꽃
안호상 ? 함민복 「꽃」

혼자 보는 별 하나
장제국 ? 이준관, 「별 하나」

2. 흔들리는 꽃을 보았네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김용택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박원순 ? 최영미, 「선운사에서」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임옥상 ? 고은, 「비로소」

영혼은 반드시 고통부터 경험해야 한다
한대수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군도

단호한 참수
서명숙 ? 문정희, 「동백꽃」

꽃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그리고 두려워 마라
김선욱 ? 헤르만 헤세, 「봄의 말」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박재동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인순이 ? 장태평, 「나이 든 나무」

분투하고 추구하며, 결코 굴하지 않으리니
박경철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바람이 인다, 살아야 한다
승효상 ?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녹슨다는 것과 닳아진다는 것
황보 ? 조지 휫필드, 「일기」

강물은 바다로, 나무는 하늘로 향한다
구본창 ? 작가 미상, 가언집

시방 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김종규 ? 김종규, 「꽃자리」

불위야不爲也, 비불능야非不能也
조재현 ? 맹자, 맹자

언제든 잊지 못할 이 꿈은
차동엽 ? 황순원, 「나의 꿈」

너와 나의 최후는
조영남 ? 이상, 「최후」

아빠가 옆에 없으면 곁에 있다고 생각하지
김성곤 ? 잭 로거우, 「스케이팅 레슨」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
유종호 ? 함형수, 「해바라기의 비명」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이길여 ? 정호승, 「봄길」

푸른 바다는 고래를 위하여 푸른 것이다
조희연 ?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나는 그들을 잊지 못한다
엄홍길 ?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3. 사랑이 나를 부르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이외수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

향풀 진액으로 쓴 두 번째 편지
이원복 ? 서정주, 「사소 두번째의 편지 단편」

너를 안고 내가 스며들다
함춘호 ? 안도현, 「스며드는 것」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진모영 ? 박노해, 「첫마음」

지금 내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유기풍 ? 나태주, 「행복」

나를 으깨어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힘
원희룡 ? 안도현, 「연탄 한 장」

사람 하나 탐낸 죄
한승헌 ? 김남조, 「사랑초서」

사랑이 진리라면 나는 탐구하겠다
전인권 ? 어니스트 헤밍웨이, 「삶」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하여
김봉렬 ? 폴 엘뤼아르, 「자유」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박정자 ? 문정희, 「사랑해야 하는 이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았지만
안희정 ? 신동엽, 「담배연기처럼」

상한 살을 헤집고 입 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박찬숙 ? 김남조, 「생명」

이다음 숲에서 무엇으로 가야 할 것인가
김희옥 ? 조오현, 「적멸을 위하여」

달 뜨걸랑 나는 가련다
신경림 ? 이병철, 「나막신」

나무 같은 사람 만났으면…
강부자 ? 이기철, 「나무 같은 사람」

나는 천 개의 바람이에요
정경화 ?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서로에게 꽃이 되는 주문
한영애 ? 김춘수, 「꽃」


엮은이의 말 / 작품 출처 / 그림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