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권정생님의 동화책을 계속 읽노라면 마음이 시골 어딘가로 가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요. 도시에서 복잡하게 살다보면 절로 힐링이란것을 찾게되는데아이 그림책이고 동화책이긴 하지만 옆에서 같이 읽다보면 아주 어릴적 할머니댁에 살던 시골 모습과 경치들이 저절로 생각나는 그런 소박한 동화책이 아닐까 싶어요.
강아지똥 의 작가 권정생 님이 처음부터 그림책으로 기획한 첫 그림동화와 괭이부리말 아이들 을 그린 송진헌 님의 세밀화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겨울을 배경으로 산 속 너구리네 집 굴 속을 들여다 봅니다. 봄이 오려면 아직 더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을 깬 아기너구리의 울음 때문에 언니너구리, 오빠너구리, 삼촌너구리, 엄마너구리, 아빠너구리 모두 깨었답니다. 다시 모두들 잠들었지만, 아기너구리의 눈은 말똥말똥, 언니너구리의 발가락은 꼼지락꼼지락, 오빠너구리의 똥구멍이 간질간질. 셋은 바깥 세상이 궁금해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을 안고 꾸불꾸불 좁은 굴을 겨우겨우 지나갑니다. 용감해진 아기너구들은 눈보라를 맞으면서 추운 겨울을 견디는 산나무들을 보며 깨닫습니다. 기다란 저쪽 굴 밖에서 배릿한 봄 냄새가 풍겨올 때까지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을요.

두고두고 또 보아도 언제나 정겨운 글, 연필로 세밀하게 정성을 들인 그림은 탄성을 자아냅니다. 엄마너구리가 막내둥이의 등을 토닥이며 얘기하듯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알려주세요. 봄은 조금만 더 자고 있으면 금방 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