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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분류되는 작가님 중에서 휼륭한 책을 저술한 작가분들이 한 두분이 아니겠지만 제가 존경하며관심을 가지는 분중에 연암 박지원 선생님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시대를 역행하는 듯 하는 현대적 감각이며 남의 시선을 두려워 하지 않는 당찬 행동은 저에게 통쾌한 용기를 주시는 분입니다.박지원 선생님도 인간이신지라완벽한 분은 않으시겠지만그래도 시대를 변화시키신 분중에 한 분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리라 봅니다. 박지원 선생님의책은 작금에 사는 세대에게도 모자라지 않는 휼륭한 길잡이가 될거라 확신해 봅니다.
18세기는 조선 사회가 격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던 시기다. 지식인 사회에서는 유교 경전 중심의 사유체계에 도전하고 주체적이며 자주적으로 사회의 문제를 재해석하려는 일련의 움직임들이 태동했는데 바로 그 중심에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이 있었다.

다산 정약용이 혼란과 도탄에 빠진 조선 사회를 유교적 이상과 질서에 따라 재구성하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사구시적인 논리를 펼쳤다면 연암 박지원은 조선 사회의 음습한 부분들을 해학과 풍자, 조롱과 꾸짖음 등의 양식을 통해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글을 다수 남겼다. 그는 해학과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조선 사회의 허구성과 위선을 까발리고 고발하였다. 동시에 참된 사회, 참된 인간존재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그리하여 그의 글은 단순히 기성사회를 붕괴시키고 해체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이 성과 신분에 종속되지 않고 참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상적 사회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도록 재촉한다.

이 책에 실린 12편의 소설은 연암의 인품과 문제의식을 잘 드러낼 뿐 아니라, 조선 후기의 문학적 양식을 긴밀히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사료로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 더욱이 간호윤 박사의 밀도 높은 주해와 감칠맛 나는 언어 선택은 연암의 소설의 가치를 현대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개정판을 내며
여는 글

마장전
_인간들의 아첨하는 태도를 논란하니 참사내를 보는 것 같다

예덕선생전
_엄 행수가 똥을 쳐서 밥을 먹으니 그의 발은 더럽다지만 입은 깨끗한 게야

민옹전
_종로를 메운 게 모조리 황충(蝗蟲)일세!

양반전
_쯧쯧! 양반, 양반은커녕 일 전(錢) 어치도 안 되는구려

김신선전
_홍기(弘基)는 큰 은자인지라 유희 속에 몸을 숨겼구나

광문자전
_얼굴이 추해 스스로 보아도 용납할 수가 없다

우상전
_비천한 우상에게서 잃어버린 예를 구한다

역학대도전
_학문을 팔아먹는 큰 도둑놈 이야기다

봉산학자전
_참으로 잘 배웠다

호질
_이 선비놈아! 구린내가 역하구나!

허생
_문장이 몹시 비분강개하다

열녀함양박씨전 병서
_남녀의 정욕은 똑같다

제 연암소설 12편 후
개를 키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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